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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로부터의 편지6
 장상훈    | 2012·02·26 13:52 | HIT : 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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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끼와 닭

닭장에 토끼를 함께 넣어보았다. 대구에 있는 조카가 아파트에서 키울려고 하다가 이 곳 산골에서 키우는게 좋겠다 싶어 위탁(?)시킨 토끼이다.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닭장에 넣었다. 처음에는 닭들이 난리가 났다. 경계심과 호기심으로 치면 동물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닭들에게 새로운 무엇인가가 영역에 들어왔다는 것은 최고위기의 경계령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몇 일이 지나니 괜찮아졌다. 겪어보니 경계를 풀어도 될 만하다고 판단해서일까? 나름 서로가 적응해서 불편없이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닭장에 토끼를 넣고 책을 보다보니 돌아가신 김수영 시인의 글에서 예전엔 토끼와 닭을 같이 키웠다고 되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토끼의 배설물이 닭들에겐 천연 항생제 역할 등의 이로운 작용이 된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토끼 고기를 먹을 기회는 적지만 예전 60~70년대에는 토끼를 식용으로 즐겨 먹었었다.

다시, 숲속에 닭장을 지으면서 기존의 숯놈토끼 옆에 암놈을 장터에서 한 마리 사서 함께 넣었다. 다행히 서로 잘 지내고 있다. 번식율이 높은 토끼이기에 좀 있으면 새끼도 낳을 것이다. 나름대로 닭들과도 잘 지낸다. 닭들이 밤이 되어 높은 밤나무 횃대에 올라가서 자면 넓은 닭장은 토끼들의 운동장이 된다. 낮엔 한 구석에서 대체로 조용히 잠을 자거나 하는 편이다. 닭들이 먹는 사료를 같이 먹기도 한다.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생하기를 기대한다.


2. 새로운 닭장

숲속에 닭장을 지으면서 깨달은 결과,

첫째, 이렇게 거대하게(동물원의 새장같은 크기) 짓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실제로 평지인 곳에서는 크레인 등의 도구를 활용하면 가능할 것이지만 산 속에서 온전히 사람의 힘만으로는 무리가 따른다.
둘째, 가장 좋은 닭장은 이동시키는 것이다. 보통 한 번 닭장을 지으면 여러 이유로 하여 이동할 일이 없다. 그러다보면 해가 거듭될 수록 바닥의 환경은 좋지 않다. 자연속엔 원래 이로운 균과 해로운 균이 공존하지만 인위적으로 지붕이 씌워진 공간속에서는 점점 해로운 균이 우점되어지면서 닭들에게 온갖 병치례를 하게 한다.(그렇다고 항생제 등의 치료제를 우리는 쓰지 않기에...)
셋째, 닭들에게 무리집단은 소수일수록 좋다. 닭장에 500마리가 지낸다면 1위에서 500위까지의 서열이 생긴다.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지금까지의 닭장 짓는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1) 이동이 쉽게(조립과 해체가 쉽게 되는 닭장) 2)소규모(100여마리의 집단)의 닭장이 필요하다. 3) 물론 금전적인 부담이 적어야 한다.
닭키우는 일에 새로이 관심을 두는 마을 주민 두 분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얼추 설계안까지 만들었다. 핵심은 조립과 해체를 쉽게 할 수 있게 지붕과 벽체를 미리 제작해서 숲속에서 닭장을 쉽게 조립(또는 나중에 옮길 때는 해체도 쉬운)하는 원형모양의 닭장이다. 일단은 100여마리가 편히 지낼 9평정도의 공간 1채를 지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보완할 것을 생각하여 나머지 4~5채를 더 만들어야 한다.


3. 실험정신

다른 분들이 내가 살아가는 것을 보면 늘 하는 말이다.
실.험.정.신.

기존의 것을 그냥 따라하면 될 것을 힘들게(사실 생각해보면 힘은 많이 든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말이다.
이것은 돌아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연구자로서의 의욕이 충만한 것도 아닐것이고, 기능적으로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닐것이고, 그나마 나의 존재성을 스스로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때로는 '무식이 용감하다'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놈 참 대단하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누군가에게 이롭게 작용되기를 희망한다.
적어도 내 스스로 그것을 독점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것으로 큰 돈벌이를 하겠다는 마음 또한 없다. 그저 수고했다, 고생했다 라는 말 한마디 듣고 싶은 마음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내 삶의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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